지금 해도 괜찮을까? "디아블로 2 레저렉션 (DIABLO II: RESURRECTED)"

2000년에 나왔던 게임이 20년이 지나 리마스터 되었습니다. 네, 리메이크가 아니고 리마스터입니다. 물론 그래픽이 좋아지고 몇몇 편의성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긴 했으나, 결국은 원작을 거의 다 이어받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리마스터 게임들은 진짜 말하기 애매한데, 리마스터되기 전 작품을 이미 즐겼던 유저에게선 과거의 향수를 새로 느끼기 위해 뛰어들지만 과거는 역시 추억보정때문에 아름다웠다는 현실을 깨닫고 게임을 접게 되죠. 전작을 안했던 유저에게선 과거에 유명했던 게임이니까 한번 해볼까 싶어서 해봤다가 오래된 게임성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게임을 접게 됩니다. 근데 이건 또 케바케인게... 시대를 타지 않는 명작게임들은 리메이크를 해도 거의 다르지 않은 재미를 주거든요. 예를 들어 테트리스 같은 게임들은 dos시절의 테트리스를 하든, 최신 테트리스 게임을 하든 거의 비슷한 재미를 줍니다. 문제는 디아블로2가 과연 시대를 타지 않는 명작이냐는 건데...
일단 전 디아블로2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레저렉션을 플레이하고 느낀 후기니 이 점을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1] 편의성
일단 그래픽이 좋아졌네요. 전작보다 좋아진건 뭐 당연하고, 지금 즐길 때 보기 부담스럽지 않은 준수한 그래픽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게임들에 비해선 좀 그래픽이 빈약할 수 있는데, 애초에 게임의 목적이 디아2의 팬층을 위한 목적이 크기에 사양이 높게 나오긴 어려웠겠죠.
독특한 점은 게임패드를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 ??? 게임 캐릭터 스킬 자체가 패드에 영 안맞을거 같은데 패드를 지원하네요. 실제로 패드로 플레이 해 본 결과, 편하게 게임을 할 수는 있는데 타겟팅 스킬을 원하는 적에게 맞추는건 불가능합니다. 자동조준으로 스킬이 시전되기에 시스템이 알아서 대충 근처에 있는 적에게 시전을 해버리거든요. 고로 적이 여러명 있는 상황에서는 그냥 아무나 맞으라는 식으로 스킬을 쏘는게 일반적입니다. 게임 진행이 불편한 거 같은데, 게임패드가 키보드 마우스에 비해 아무래도 게임 플레이를 하는 자세가 편하다보니 저 역시 게임패드를 가지고 게임을 즐겼습니다. 다만 게임패드를 하려는 유저라면 타겟팅 스킬이 많은 캐릭터는 플레이를 삼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성에서 개선이 안된 부분은 아무래도 인벤토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아이템 몇개만 주으면 인벤토리가 꽉 차서 더이상 줍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자주 생깁니다. 알아보니 과거에도 인벤토리가 많이 작았다고 하던데, 기왕 리마스터 하는 김에 인벤토리도 좀 늘려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2] 난이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디아블로2를 안해봤습니다. 그 상태에서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그냥 대충 스킬 찍으면 보통 난이도는 깨기 쉽겠지 했는데... 2막 보스에서 막히면서 답이 안보이더군요. 알고보니 캐릭터 스킬 중에 함정스킬 같은게 있어서 스킬을 잘못 찍으면 게임 스토리조차 깨는게 힘들다고 하더군요. 대신 공략을 보고 스킬을 찍게 되면 게임이 무난하게 진행됩니다. ... 네, 인터넷에서 공략을 검색해서 공략에 따라 플레이를 해야만 게임이 진행이 됩니다.
공략을 봐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스킬의 효율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게임의 핵심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는 룬 시스템은 순서에 맞게 알맞은 룬을 박아야 아이템에서 효과를 내는데, 이런 효과들은 공략을 보지 않으면 일일이 하나씩 룬을 박아보는 것밖에는 알아낼 방법이 없어 상당한 시간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아이템은 캐릭터 스킬들과 시너지를 이루기 때문에 생각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지게 되고, 이런 이유로 이 게임은 정상적인 진행을 위해선 육성공략이 거의 필수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3] 지금해도 할만한가?
전작을 리마스터했다고는 하지만, 편의성을 상당부분 개선했기에 지금 해도 편의성 측면에선 크게 무리없는 게임입니다. 다만, 디아블로2 특유의 "모르면 ㅈ되는"난이도가 신규 유저들의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공략을 보면서 스킬을 찍어야 하고, 아이템을 맞춰야 하고, 파밍 노가다를 해야하는 게임입니다. 이 공략을 안보면 게임 자체가 진행이 어렵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 하기엔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네요. 디아블로3를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디아블로3는 무슨 스킬을 찍든 일정이상의 효율은 보여주며, 공략을 굳이 안 보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진행이 수월하며, 게임의 시스템 자체가 대부분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과거 디아블로2에 푹 빠졌던 팬들 입장에선 정말 재밌는 게임일겁니다. 일단 전작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는데, 편의성은 상당부분 개선했으며, 그래픽도 준수하게 뽑혔으니까요. 고로 디아2의 팬이라면 충분히 구입할 만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